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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 국민연금 땜질 말아야

  • 작성일1999-02-26 17:59
  • 조회수11,669
  • 담당자공보관실
  • 담당부서공보관실
** 아래글은,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한겨레(99.2.26)에 실린 칼럼입니다 ** [아침햇발] 국민연금 땜질 말아야 - 한겨레신문 金善珠 출판본부장 -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랄까. 느닷없이 국민연금 가입통지서를 받아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취업이 안돼 어깨가 축 처진 젊은이들이,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이어서 은행빚 이자갚기도 숨이 막힌데, 기왕에 들었던 각종보험도 해약을 하였는데 난데없이 자신의 현재소득과 무관하게 기백만원을 신고권장금액이라고 제시하고 신고한 소득과 실제소득이 차이가 있을 때는 공단이 직권으로 보험료를 결정하겠다는 통지서 한장만 날아들었으니 울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워낙 감정적이고 부화뇌동하는 심리가 큰 국민들의 정서와 경제전반에 관한 불안심리, 정부정책에 대한 오래된 불신이 겹쳐서 국민연금기금으로 정부가 무슨 딴짓을 도모하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된 것이다. 장관이 대통령 앞에서 심한 꾸중을 듣고 국회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질책을 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즉각 사표를 내자 이러한 의혹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인 문제를 접고 찬찬히 연금가입통지서를 살펴보면 보험료 납부비율이나 노령연금액도 적절해 골격은 나무랄 데 없어보인다. 예를 들어 월 1백만원을 버는 사람이 3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매달 내고 60살부터 죽을 때까지 그것이 20년이든 30년이든 20만원에서 40만원 정도의 최저생계비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60살이 갓 넘어 사망한다해도 억울할 것이 없는 것이 가입자에게 가는 것보다는 적지만 일정한 비율의 유족연금도 나온다. 지금 우리는 자동차가 1천만대, 휴대전화 가입자가 1천5백만대인 시대에 살고 있다. 97년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각종보험금 납입액수는 1인당 1백42만원이다. 수입보험료는 65조원이며 국민총생산 대비 보험성장률과 총자산비율은 각각 15.7%, 26.7%로 국민총생산 성장률 4.9%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전체적인 경제규모로 본다면 국민연금 실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고 국민연금이 제시한 보험요율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는 보험산정액의 근거가 되는 월소득을 복지부가 무지막지하게 행정편의적으로 안이하게 산정한 데 문제가 있고 국민연금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금을 제대로 또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발이 심하다고 하여 신고한 액수를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국민연금 도입취지에도 어긋나고 별 불평없이 고액의 보험료를 내온 월급쟁이들의 반발을 사서 형평성 시비로 혼란만을 자초할 뿐이다. 일부에서 소득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자고 하지만 자신의 소득을 정확하게 신고하기를 기대하기는 지금이나 나중이나 어려운 일이다. 현재 직업이 없어도 한달에 골프를 서너번을 치는 사람이 현재 일정한 소득이 없다 하여 월 10만원이 부당하다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고정수입이 없지만 자녀를 외국유학보내고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수백만원의 저축을 하면서 소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막을 길이 없어보인다. 월급쟁이들 가운데는 10여년 동안 온 가족이 병원출입 한번 안해도 1년에 1백여만원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도 억울하다고 하지 않고 있고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한푼의 보상을 받은 적이 없어도 해마다 보험료는 누구나 착실하게 낸다. 이것이 바로 보험인 것이다. 사회복지정책은 한 국가 한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계층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다.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 홍보하고 대선공약이니만치 여권이 모두 달라붙어 할 일을 한 부처에 맡겨놓고 발표전에 심각한 고민을 한 흔적없이 이제와서 장관을 대통령이 아이 꾸짖듯 몰아세우는 것도 좋지 않은 풍경으로 보인다. 정부여당 주무부서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발목절단으로 수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꿈을 꿀 정도로 횡재할 수 있는 보험이 아니다. 최소한도 늙고 병들고 달리 대책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가정에서든 시설에서든 공밥을 안 먹을 정도의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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