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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신건강복지법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가작] 나의 인생터닝포인트

  • 작성일2017-07-14 13:38
  • 조회수318
  • 수상자정O환

<나의 인생 터닝 포인트>

“저 사람이 저를 죽이려고 해요”

저의 첫 발병은 이런 외침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발병 전 사일동안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생각에 잠을 자면 죽는다고 생각하여 한숨도 못자고 뜬 눈으로 지냈습니다.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주위에 사람이 저를 죽일 거라는 생각이 온몸과 마음을 지배하면서 직장에 휴무를 쓰고 죽음으로부터 도망을 다니던 중 경찰에 가서 보호를 요청하였고, 조금 지나 그 경찰도 믿을 수가 없어서 도망치고 차도로 뛰어들어 도망치는 등 난동을 피우다가 경찰이 부른 구급차에 실려서 바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정신분열증 망상장애(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간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안정병동에 있었고 이후 일년동안 낮 병원에 갔었고 또 일년동안 사회복귀 시설에 있었습니다. 참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어이없는 망상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 두려움이 커서 지나가는 사람만 보아도 무서웠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평범한 삶을 살던 저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펼쳐졌습니다. 긴 병원생활로 직장을 잃었고 증상이 남아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 들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으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의 상실감은 큰 낙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만물이 생동한다는 봄에도 열기가 가득한 여름에도 저의 마음은 외부와 단절되어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경제적 기반인 직장을 잃고 가족에게 조차 마음을 닫아버린 저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들은 생각을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던 직장인이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하는 억울함과 아무도 저의 아픔에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단절감이었습니다. 발병하고 시간이 지났을 때 약물의 효과인지 밖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안감이 덜해지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미 사회와 거의 단절되다 시피하고 친구가 떨어져나간 저에게 갈 곳이 별로 없다는 현실이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공간이 평소에 가던 도서관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중하기가 어려워 책 읽는 시간에 비해 많이 읽지는 못해도 꾸준히 갔습니다. 망상에 사로잡힐 때 마다 집중해서 책을 보면 그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하루하루 의미 없던 시간들이 책을 읽음으로서 조금이나마 생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박한 행복도 있었습니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면서 천천히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조현병은 차츰차츰 호전되어 갔습니다. 이후 낮 병원을 갈 수 있게 되었고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지만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정된 공간과 사람이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저에게 칼을 들이대고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정도로 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마치 한쪽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약을 목발삼아 비록 느리지만 걷기 시작하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30대의 평범하던 4년차 직장인이 갑자기 정신병에 걸려서 사회로부터 떨어져 있었던 5년이라는 기간은 힘들었습니다. 발병으로 모든 것을 잃다 시피 했습니다. 직장, 친구, 사회관계, 경제적 기반을 잃었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잃었습니다. 발병 후 5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부족했던 내면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깐깐하고 자기중심적이던 사람에서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고 푸근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갔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와 같은 어려움을 가진 회원들과 사회복지사들을 만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특히, 사회복귀시설과의 만남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영영 사회로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동료 정신질환자들을 보면서 나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입원 후 낮 병원 그리고 사회복귀시설로 이어지는 코스는 약3년이 걸렸지만 이후 취업에 성공하여 사회로 복귀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어 우리 사회에서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저의 사회생활은 이제다시 시작합니다. 조현병은 저에게 터닝 포인트이지 결코 사회와의 단절이 아님을 믿고 희망찬 새 직장에서 웃으면서 살겠습니다.

  • 담당부서정신건강정책과

  • 전화번호044-202-3857

  • 최종수정일2023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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