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분야는 우수인력과 자원이 한데 모여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높고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과 접근성,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회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국민편의와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등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국민 편의를 높이고,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우선 원격의료를 통해 섬이나 산간지역 등 취약지역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도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게 했다.
원격의료는 의료인력 충원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의료공공성 부족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다. 원격의료를 대형병원이 아닌 동네의원 중심으로 시행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입법예고 기간에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를 반영해 원격의료만 하는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도록 했고, 주기적 대면진료나 환자범위 명료화 같은 보완책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이나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법인약국 도입은 국민이 이용하는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여주자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의료기관간의 경쟁심화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의료법인들도 경영난을 겪으며 의료서비스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대학병원을 가진 학교법인은 자회사 운영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형평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의료법인도 학교법인처럼 다양한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면 그 수익을 의료시설과 장비 개선, 종사자 처우개선에 사용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법인 형태의 약국 허용도 200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당시 헌재는 약사법상 약사만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 입장에서 법인약국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보건의료분야 제도 개선을 왜 의료민영화로 보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내 의료기관과 국민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수 의료서비스 비용은 건강보험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민간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94%를 차지하지만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은 국가가 관리하면서 공공성을 유지하는 형태다.
반면 의료민영화는 건강보험 환자를 받을지, 말지를 민간 의료기관 스스로 선택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특정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가 본인이 돈을 모두 내고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의료민영화다. 단언컨대 이같은 의료민영화는 정부도 절대 반대다.
정부는 이미 암 등 4대 중증질환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99%까지 확대하고 대형병원 이용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비급여 항목의 환자 부담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염두에 둔다면 어떻게 이런 두 얼굴의 대책을 발표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번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대책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 우려하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해소할 것이다. 무조건 의료민영화의 프레임에만 갇혀 정부정책을 막는 것은 지나친 곡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