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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신건강복지법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가작]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같은 세상을 사는 의도된 사람들의 조우

  • 작성일2017-07-14 13:43
  • 조회수550
  • 수상자채O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의도된 조우>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정신장애를 처음 접하고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정신보건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정신과병동에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은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고 재활치료를 통해 자신의 병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후 퇴원을 하게 되면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되어 사회복귀시설, 송국클럽하우스에서의 실습을 신청했다.
어떻게 방문하게 되었는지, 누구를 찾아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실습생인 나에게 관심을 먼저 가져주고 송국클럽하우스가 어떠한 곳인지 설명해준 분은 송국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회원 분이었다. 기관 소개와 부서 소개, 부서 업무에 대한 설명, 함께하는 부서 업무, 주방 지원(점심식사 준비), 사업 계획과 평가 그리고 그와 관련된 문서 업무 등 이 모든 것들을 회원과 직원이 함께한다는 것에 상당히 놀라고 또 당황했다. 병원에서의 환자복 입은 정신장애인과 사회복귀시설에서의 회원인 정신장애인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매우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안정적이었다. 물론 직원의 도움이라는 양념이 가끔은 묻어나기도 하였지만 그것 역시 회원 스스로 해나갈 수 있게 하는 정도의 지원이었다.

그렇게 송국클럽하우스에서 2000년부터 직원으로서 회원들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기관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활동하는 취업 회원을 취업 회원 모임에서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느껴지는 보람과 즐거움, 살맛남, 가족들로부터 인정받는 느낌,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등 회원을 좀 더 살아 있게 하는 많은 긍정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에게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을 아는 주변 동료들의 걱정 혹은 무서워서 쉽게 다가오거나 먼저 다가가기를 두려워하는 시선 등을 극복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일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보다 이를 극복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재료는 첫째, 만남 그리고 둘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장애인의 인식 개선에 대한 관심을 사업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회원들과 함께 인식 개선과 관련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마음을 담아 편지를 동봉하여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 제출하였다. 이는 2005년 “만성정신장애인, 정신장애인 가족과 지역사회주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서비스”라는 사업명으로 모금회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송국클럽하우스 회원 그리고 가족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건강과 관련된 강좌를 함께 듣고 다도교실, 음악교실 등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회원들의 가족들을 기관으로 모셔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고 특히 지역 사회 주민을 섭외(?)하여 프로그램에 함께한다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우리 기관 주변을 살펴보며 부녀회, 청년회 등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우리에 대한 관심을 1%도 가지고 있지 않던 지역 주민을 만나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보건소, 동사무소의 문을 두드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기관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한 관공서와의 밀접한 관계맺음을 통해 이후 다양한 사업들을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며 이 사업에 참여하여 회원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 주민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2009년부터 2011년에는 “정신질환관련 인식개선을 위한 정신장애인과 지역사회주민 함께 걷기 프로젝트 Ⅰ, Ⅱ”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함께 걷기 프로젝트 Ⅰ
집에 손님이 오게 되면 주인은 집안청소도 하고 대접할 다과도 준비하고 또 정돈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지난번 인식개선사업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역량 강화된 정신장애인의 모습을 위해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세 가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여 송국클럽하우스에 방문하는 손님을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강좌를 듣는 것이 아닌 정신장애에 대한 설명을 하고 관련된 퀴즈도 함께 풀고, 식사를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등산 등의 활동을 하며 함께 서로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지역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여 홍보물을 나누어 주며 정신장애와 관련된 잘못된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송국클럽하우스 주변의 지역사회 기관들을 물색했고 단 한 분이라도 만나기 위해 달려갔고 이 사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했다. 그 한 분의 관심이 이후엔 그 기관 모두의 관심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직원 한 명의 관심이 후원자가 되었고 이후에는 ‘다사랑봉사단’이라는 단체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1동사무소 동장님의 관심으로 몇 년 후에는 동사무소의 직원들과 함께 주말에 등산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해운대육군 53사단 역시 지속적인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었고 사업에 참여하였던 군인 아저씨(?)는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러 오신다.

함께 걷기 프로젝트 Ⅱ
준비된 집주인이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지역 사회 주민들과 함께 만들기 위한 좀 더 다양한 방법과 그 횟수를 늘려 사업을 진행하였다. 더 효과적인 인식개선을 위한 고민을 계속해왔고 특정한 대상에 대한 편견은 보통 청소년기에 확립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지역 주민을 성인으로만 생각해오던 것에서 그 연령대를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확대하였다.

기관에 중학생을 초청하여 ‘함께 걷기 강의’를 진행하기로 한 날이었다. 우리 역시 중학생과의 만남은 처음이라 더욱 긴장되고 조심스러웠다. 정신장애 관련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먼저 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통해 정신장애를 바라볼 수 있도록 강의 내용에도 변화를 주었다. 어머니들이 보호자로서 동행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하실 수도 있으며 밖에서 기다리셔도 된다고 설명 드렸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괜찮은지, 내 자식이 안전한 곳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하는 모습이었다. 약 20분의 시간이 흐르자 한 어머니께서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오히려 내가 큰 경험과 깨달음을 얻었다. 정신장애인이라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는데 지금 여기 있는 분들의 눈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 그런 생각이 다 사라졌다.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

그 어머니의 표정과 눈빛 그리고 그때의 감동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이날 함께했던 학생들 중 몇몇은 이후에도 계속 송국클럽하우스가 생각났다며 인사하러 기관을 찾아오기도 하였고 또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오늘 처음 장애인과 함께 산책을 해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완전 달랐다. 오히려 내가 더 어색해하였는데 나의 파트너였던 **오빠가 어색하지 않게 말도 많이 걸어주었다. 나랑 다른 점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소감을 보면 새삼 보람이 느껴진다.

본 사업에 함께해주신 지역 주민의 말씀도 적어본다.

“회원 분들의 기관 소개와 자신의 인생 소개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바라본 정신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된 시간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했던 나, 그리고 편견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며 앞으로는 이웃 아저씨, 아주머니처럼 가까운 이웃에게 다가가듯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내가 되겠다.”

“정신장애인은 정상인과 동떨어진 사람, 위험한 사람이라는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퀴즈를 통해 정신장애에 대한 일그러진 틀을 부순 소중한 시간이었다.”

송국클럽하우스와 함께해주는 모든 지역 주민에게 감사드리며 특히 지역 사회 주민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정신장애인이라 밝혀준 회원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회원 분들이 용기 내어 주지 않았다면 이러한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주민을 만날 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한 송국클럽하우스 회원 또 사업의 전반적인 준비 및 진행을 함께하면서 좀 더 주체적인 자신을 발견한 회원, 이렇게 한 분 한 분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송국클럽하우스라는 낯선 기관에 한발 들이기까지 끊임없이 갈등하였지만 이제는 자원봉사자로서 회원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준비하는 지역 주민, 막연히 상상해왔던 정신장애인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버릴 수 있었던 지역 주민, 이렇게 정신장애인이 내미는 손을 꼭 잡아주는 소중한 분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지속적인 만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지역 사회 주민 한 분의 변화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지역주민의 친구, 부모, 지인 등으로 무한한 생명력으로 뻗어나갈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서로의 삶을 살아가기 바빠서 가지지 못했던 관심과 옮기지 못했던 시선을 모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다.

  • 담당부서정신건강정책과

  • 전화번호044-202-3857

  • 최종수정일2023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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